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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외로워도 어쩌겠나"…장기요양원 노인들의 쓸쓸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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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마일시니어 서원 작성일17-10-10 10:56 조회6,1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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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추석 때 집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

붉게 충혈된 김모씨(81)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고혈압으로 한쪽 손과 다리가 마비된 김씨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기자의 손을 붙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령으로 이제 틀니마저 낄 수 없게 된 그는 서울 강북구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식들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 김씨는 최장의 추석 연휴에도 요양원에서 고독한 명절을 보내야 한다.

"나는 이제 집도 없어. 소변, 대변도 못 가리는데 누가 24시간 나를 돌보겠어. 내 몸이 망가져서 처자식이 여기에 나를 맡긴거야. 이곳으로 이사 온 거야."

김씨는 체념한 듯 말했다. 명절에도 요양원을 찾지 않는 자식에 대한 원망보다 소변, 대변도 스스로 가릴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것 같았다. 그는 소변 통의 소변을 대신 비워주겠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로 향했다. 낮 시간대에만이라도 자립하겠다는 김씨의 마지막 고집이었다.

김씨는 명절에 심심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생각하면 끝이 없다. 그렇다고 억지로 죽을 수도 없고, 문을 열고 요양원을 나갈 수도 없지 않느냐"며 "심심해도 어떻게 하겠나. 외로워도 어쩌겠나. 생각을 말아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4년 전 요양원에 입원한 오모씨(61)가 자신이 가꾸는 고추 텃밭에 물을 주고 있다. 가족과 교류가 끊긴 오씨는 최장의 추석 연휴를 홀로 보내야 한다. © News1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양원에서 지내는 오모씨(61)도 사정은 마찬가지. 치매 초기 증세를 보여 4년 전부터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오씨는 가족에 대한 원망을 억누르지 못했다. 미혼인 오씨의 유일한 가족은 여동생이지만 여동생은 오씨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오씨는 "나는 환갑도 이곳에서 보냈다"며 "이곳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세월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명절이 무료해도 어떻게 하겠나"라며 "내가 이곳에 있는데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요양원에서 고추와 토마토 텃밭을 가꾸며 고독함을 이겨내고 있다.

명절이 시작되면 김씨와 오씨의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자녀와 손주 친척들의 방문에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다른 요양원 노인들을 볼 때마다 홀로 명절을 보내는 노인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요양원 관계자는 "대부분 어르신은 명절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며 "집에 가지 않는 어르신들도 가족들이 찾아와 한바탕 '말 잔치'를 벌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홀로 명절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인지가 있으시다면 정말 괴로울 것"이라며 "요양원 내에서도 효의 빈부격차가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국가가 요양급여 지원 등 노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의 빈부격차는 돈으로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요양원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평상시에 가족들이 자주 들리고 가능하면 어르신들 앞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바란다"며 "아직은 우리나라에 효도 정신이 남아있지만 갈수록 쇠퇴해가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의 빈부격차는 제도로 해결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자녀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도 "국가도 노인 부양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hanantway@ 

http://news1.kr/articles/?311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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