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뉴스]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혼자 식사도 못하는 치매노인들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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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마일시니어 서원 작성일19-07-22 10:37 조회3,051회 댓글0건본문
지자체장이 직접 법원에 신청 땐 자산 있는 치매 노인도 구제 가능
‘후견 사각’ 없게 적극 행정 펼쳐야
A 씨(77·여)의 집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공중화장실에서나 날 것 같은 지린내가 났다. 집 안 곳곳엔 대변이 말라붙어 있었다. A 씨는 방 한가운데 힘없이 누워 있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이틀 전 사회복지사가 찾아와 밥을 차려준 뒤로 끼니를 챙겨준 사람이 없었다. 나흘 전인 지난달 30일 기자가 서울 구로구에 있는 A 씨 집을 찾았을 때의 장면이다.
A 씨는 홀몸 치매노인이다.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냉장고 속 반찬도 꺼내 먹지 못한다. 하지만 A 씨를 돌봐줄 가족은 없다. 그는 열아홉에 부모를 잃었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오빠는 몇 년 전 숨졌고 작년 여름까지 자신을 돌봤던 여동생도 치매를 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돈 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치매 때문에 공과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올 5월에는 ‘전기와 물이 끊길 것’이란 계고장을 받았다. 그때는 복지센터 관계자가 자기 돈으로 공과금을 대신 내줬다. 이 관계자는 A 씨의 법적인 보호자가 아니어서 A 씨 예금으로는 공과금을 내줄 수 없다.
A 씨가 기초생활수급자라면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소득이 적고 가족이 없는 치매노인에게 법적 보호자인 ‘후견인’을 정해주는 ‘치매 공공후견제’를 지난해 9월부터 시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자산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후견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홀몸 치매노인들을 돕겠다면서 ‘치매 공공후견제’를 시행한 지 10개월이 됐다. 하지만 홀몸 치매노인들은 A 씨처럼 집 한 채만 갖고 있어도 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치매 공공후견제’의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이 적은 치매노인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치매노인이 자산을 갖고 있어도 후견인을 정해 줄 방법은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치매노인의 후견인을 정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적절한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정하면 된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후견인에게 주는 보수는 정부 예산이 아니라 치매노인의 재산에서 지급된다.
하지만 본보가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 33곳을 확인한 결과 30곳의 담당자들은 이런 절차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알고 있다고 말한 담당자들은 “저소득층이 아닌 노인에 대해 후견 신청을 해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치매노인한테 후견 신청을 직접 하라고 안내했다”고 답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혼자 살던 C 씨(80·여)는 지난해 8월 치매 증상이 악화돼 정신병동에 강제로 입원하게 됐다. C 씨 명의로 된 4억 원대 아파트를 처분하고 예금 5000만 원을 꺼내 쓰면 평생을 치매요양병원에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C 씨의 재산을 처분하고 시설에 입소시킬 후견인이 없다. 망상 증세가 심해져 이웃 주민을 때리던 C 씨는 노년을 폐쇄병동에서 보내게 됐다.
후견 사건을 주로 맡는 사단법인 온율의 배광열 변호사는 “자산이 많은 치매노인이라도 자치단체장이 도장만 찍으면 법원에 치매노인의 후견을 신청할 수 있다”며 “후견이 필요한 치매노인이 있다면 저소득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방치할 게 아니라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후견을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소연 기자
[출처]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04/96315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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