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요양원에서 사라진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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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마일시니어 서원 작성일19-05-09 18:24 조회3,407회 댓글0건본문
눈부시게 성장한 대구 C요양원
대구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C요양원. 1973년 설립될 때는 무연고 노인들을 돌보는 양로원으로 시작됐다. 2008년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요양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C요양원은 이때 정부 보조금 15억 원을 받아 200명이 넘는 노인이 입소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을 지었다. 지금은 양로원과 요양원, 방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시설을 함께 운영한다. 연 20억 원 수준의 장기요양보험 급여와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C요양원에서 발생한 할머니 3명의 죽음
C요양원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 3년 동안 석연치 않은 3건의 사망이 있었다. 모두 무연고 노인들이었다. 지난해 경찰이 수사했지만 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1. 2015년 심금련 : "이 사람들에겐 노인요양이 장사인 거예요"
2015년부터 C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박모 씨(46세)는 그해 11월 요양원 어르신을 모시고 근처 의료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알고 지내던 의료원 간호사가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레빈튜브(코로 연결해 영양분을 주입하는 관)를 하나 내밀었다. 며칠 전 의료원 응급실로 실려왔다가 급성 패혈증 숨진 요양원 할머니가 코에 착용하고 있었던 튜브라고 했다. 심금련 할머니(1937년 생, 가명)였다. 간호사는 식도로 들어가야 할 레빈튜브가 폐로 잘못 꽂혀있었다고 은밀하게 말했다.
박 씨는 요양원 담당 간호사에게 확인했다. 요양원 간호사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래빈튜브 삽입은 요양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금지된 의료행위다.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숙련된 의료진도 폐에 래빈튜브가 들어가서 흡인성 폐렴이 자주 일어난다며, 안전하게 시술됐는지 확인이 중요한 시술이라고 말했다. 또 폐에 래빈 튜브가 들어갔다면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요양원 사무국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사무국장이 ‘병원 측에 입막음을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박 씨는 기억했다. 당시 부원장이었던 김기헌 씨를 통해 요양원 원장에게도 보고했다. 김 전 부원장은 원장에게 부검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요양원 내 불법 의료행위는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노인들이 아플 때마다 병원에 입원을 하면 장기요양보험금이 그 일수만큼 깎이기 때문이었다. 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다는 말이다.
입소자들이 고통을 호소해도 요양원은 병원에 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다가 입소자가 병원에 입원라도 하게 되면 요양원 입장에서는 입원 일 수만큼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오는 급여를 덜 받게 됩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노인을 요양원에 데려다 놓고 급여를 받는 장사인 겁니다.
그렇다면 심금련 할머니가 실려간 의료원의 의사와 간호사는 왜 요양원에서 발생한 명백한 의료과실을 묵인했던 것일까. 의료원 측에 문의를 했지만 당시 의사들이 모두 병원을 떠났고, 의료진의 신상 정보는 개인 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 2016년 배말자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C요양원에 있던 배말자(1935년 생, 가명) 할머니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간호조무사 박 씨가 직접 돌보던 무연고 노인이었다. 배 할머니가 거동이 어렵기는 했지만 건강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박 씨는 기억했다. 배 할머니가 숨진 일요일, 박 씨는 근무를 하지 않았다.
박 씨는 할머니가 숨질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봤다. 일요일 근무했던 다른 간호조무사가 목격한 사실은 이랬다. 배 할머니가 갑자기 구토 증상을 보였다. 한 신입 간호사가 배 할머니 손가락 10마디를 사혈했고, 의사의 처방없이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과 포도당 수액을 주입했다. 목격자 간호조무사는 500cc 용량의 수액이 1시간 만에 모두 주입됐을 정도로 주입 속도가 빨랐다고 증언했다. 역시 의사의 판단과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불법 의료행위였다.
박 씨는 이번에도 부검을 통해 입소자의 사망 경위를 확인할 것을 요양원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요양원 측 관계자는 박 씨에게 '무슨 자격으로 부검을 요구하느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되묻는가 하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배 할머니의 시신은 부검없이 화장됐다. 유해는 요양원 뒷산에 뿌려졌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배 할머니의 가족이라도 찾아 석연찮은 사망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다. 배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입소자 카드 한 장 뿐이었다. 아들과 사위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없는 번호였다.
입소자 카드에는 배 할머니가 독거 노인이었다는 점, 식사도 하지 못하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요양원에 입소했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다. 배 할머니가 살았던 집은 재개발이 돼 아파트 촌이 됐다. 인근 주민들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사위와 연락이 됐다. 배 할머니가 사망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위는 신산했던 가족사를 얘기했다. 20년 전 생활고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요양원의 원장과 사무국장에게 요양원 내 불법의료 행위와 이로 인한 입소자 사망을 묵인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자신이 이미 요양원을 떠난 상황이며 당시에는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전직 직원들이 뒤늦게 이 문제를 들춰가며 요양원을 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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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이은호 : 살아도 돈이 되고, 죽어도 돈이 된다
무연고 노인이 요양원에서 사망을 해도 장례식이 치뤄진다. 요양원에서 주관한다. 상주도 없고 조문객도 없다. C요양원의 경우 시설 운영법인의 이사장이나 사무국장이 별도의 협약을 맺은 장례식장이 있다. 2017년 7월 사망한 무연고 입소자 이은호(출생 미상, 가명)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이은호 할머니의 장례식은 단촐하게 진행됐다. 장례식장 직원이 두번 음식을 올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장례식장이 청구한 비용은 총 380만 원. 이 비용은 이 할머니에게 지급된 기초노령연금 등을 모아놓은 개인통장에서 지급됐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C요양원 통장에는 수상한 내역이 발견됐다. 이 할머니 장례식 다음날, 장례식장 명의로 C요양원 법인 계좌에 152만 원이 입금됐다. 할머니 통장에서 빠져나간 장례식 비용의 정확한 40%였다.
C요양원 부원장이었던 김기헌 씨는 무연고 입소자의 장례식 뒤에 요양원과 장례식장의 부정한 거래가 있다고 말했다. 무연고 입소자의 장례 비용을 부풀린 후 이 비용의 일부를 요양원이 돌려받는 방식이다.
김 씨가 직접 장례식장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담은 녹취에 따르면, 이들의 거래는 이 할머니의 장례식 한 번이 아니었다. 김 씨는 이 할머니의 장례식 때 이례적으로 계좌에 기록이 남은 것일 뿐, 일반적으로 거래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으로 리베이트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장례식장으로부터 수차례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을 받고있는 요양원의 전 사무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취재 내용에 대한 답변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해당 장례식장에도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장례식장 측은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화장된 시신, 흔적없는 리베이트...요양원 담장을 넘기 힘든 진실
박 씨는 C요양원에서 내부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40여 년, 3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사장 가족이 시설의 주요 직책을 모두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 말을 해서 이들의 눈밖에 나면 더이상 요양원에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씨는 요양원 내 불법의료행위에 대해 문제제기한 이후 요양원을 나와야 했다.
박 씨와 요양원의 전직 직원들은 지난해 초 요양원의 불법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달 전직 요양원 직원 일부에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불법의료행위로 입소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과실치사 혐의 등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시신은 화장됐고, 리베이트는 계좌로 입금한 단 한 건을 제외하고는 증거가 없었다.
취재 오대양
촬영 이상찬, 오준식, 신영철, 정형민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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