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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추석때 부모님 성격 달라졌다면 혈관성 우울증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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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마일시니어 서원 작성일16-09-20 16:25 조회6,4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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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다 그래!
혈관성 우울증에 대해 알려지기 전까지 노인이 되면 누구나 느려지고, 의기소침해지며, 무기력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노인이 꼭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늙어가면서 점차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매사에 관심이 떨어져 평소 즐겨하던 취미 활동도 안하면서, 무덤덤하게 기운 없이 다니는 노인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젊은 사람은 거의 없지만 노인들에게만 잘 생기는 특별한 형태의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혈관성 우울증입니다. 국내 지역사회 노인 1,0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주요우울장애가 있을 때,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65-69세는 33%였지만, 70-74세는 75%, 75세 이상은 100%나 되었습니다. 즉, 고령이 될수록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혈관성우울증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노년기 우울증은 실연으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청년시절 우울증의 모습과 달리 특별한 사건이나 스트레스가 없는데도 매사에 무기력하고 의욕 없이 말과 행동이 느려지는 특징을 가지는 혈관성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하필 혈관성 우울증은 노인들한테만 잘 생길까요?
바로 혈관 노화 때문입니다. 자동차도 오래 타면 여기저기 고장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의 혈관도 나이가 들면 딱딱하게 굳거나 막히는 일이 생깁니다. 처음엔 콸콸 잘 나오던 수도관도 세월엔 장사가 없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면 녹슬고 고장 나서 제 기능을 못해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체는 부품 교환이 안되니 결국 관리를 잘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병이 있으면 혈관이 더 잘 고장납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운동을 안해도 혈관이 남보다 더 빨리 고장나지요. 결국 혈관에 나쁜 생활습관이 혈관성 우울증을 더 많이 유발하거나 더 빨리 악화시키게 됩니다.

혈관성 우울증이 있는 노인의 뇌영상 사진을 보면 유독 특정부위에 뇌혈관이 많이 망가져서 하얗게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두엽과 연결되는 뇌신경회로가 망가진 모습입니다. 전두엽이 고장 나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발성이 떨어지며 말과 행동이 느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난 멀쩡해, 젊을 때 우울증이 전혀 없었고, 가족 중에서도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 없었어! ‘나이 들면 누구나 그런거야’라고 말하는 혈관성 우울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MRI 사진을 보여드리고 설명하면 그제서야 지금 보이는 변화가 뇌속에 혈관벽이 막혀서 생긴 변화라는 것을 수긍하고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1980년대 MRI를 비롯한 뇌영상 진단기술이 발달하면서 크리슈난(Krishnan) 박사가 노인들에게 생기는 우울증은 유난히 뇌혈관이 막혀서 뇌백질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 많다는 것을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후지가와(Fujikawa) 박사도 똑같은 현상을 보고했지요. 그래서 이후 혈관성 우울증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지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런 혈관이 막혀서 우울증이 생긴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1970년대까지 보고된 뇌졸중 환자 자료에 의하면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의 40-50%는 크고 작은 우울증을 반드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뇌졸중후에 생기는 우울증은 보통 큰 소낙비에 옷이 홀딱 젖듯이 한꺼번에 증상이 갑자기 생긴다면, 피질하 허혈성 혈관성 우울증은 미세혈관이 천천히 막혀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증상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경과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이 노화과정으로 오해하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흥미로운 것은 뇌혈관이 막히는 부위가 아무리 넓어도 우울증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비록 부위가 작아도 특정 뇌영역을 침범하면 우울증이 생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뇌 속에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특정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망이 생긴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학이 발달하면서 알고 보면 노망은 일반인은 안 생기고 치매에 걸린 사람만 생긴다는 내용임이 밝혀졌습니다. 즉, 정상적인 노화과정을 경험하는 사람은 돌아가실 때까지 노망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의기소침해지고 무기력해진다’는 통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이 <혈관성 우울증>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조차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지요. 일반인들은 우울증을 뇌의 질환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우울감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혈관성 우울증을 잘 치료하면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버님이 밝고 활기차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나이 들면 다 그런 거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웃음 짓던 보호자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건강하고 활기차게 노년을 즐기는 노인을 바라보면 세월을 이기는 장사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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